한글 자판/세벌식 자판

공세벌식 자판 운지법 비교해보기

DS1TPT 2021. 9. 3. 13:16

 공병우 세벌식 자판은 숫자열도 한글 입력에 쓰며, 왼손으로 홀소리와 받침을 이어쳐서 조합하는 자판이기 때문에 올바른 운지법을 익히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 공세벌식에서 쓸 수 있는 운지법은 여러가지가 있는데, 표준 운지법을 기준으로 개발하기는 하지만 타자하기 더 편리한 운지법이 여러가지 있다. 이 글에서는 공세벌식 자판에 쓸 수 있는 여러가지 운지법을 알아본다.

 

표준 운지법

 위의 그림은 표준 운지법이다. 보통 일반적인 타자연습 프로그램이 안내하는 타자법인데, 6(ㅑ) 글쇠는 표준 키보드에서 오른손보다 왼손으로 치기 좋은 위치에 있고, 공세벌식 자판에서는 이 자리를 왼손 집게손가락로 치도록 안내한다.

 이 운지법을 쓰면 별도의 운지법 적응 훈련이 필요하지 않고, 대부분의 타자 프로그램에서 안내하던 방법이기에 익숙하다. 또, 수직으로 일자 배열인(ortholinear) 인체공학 키보드를 사용할 때에도 ㅑ를 제외하면 적응 훈련이 필요하지 않다. 하지만 이 운지법대로 치면 초성 ㅋ을 칠 때 오른손이 너무 많이 움직인다. 오른손의 손목이 바깥 방향으로 돌아가거나, 새끼손가락을 너무 뻗느라 속도가 떨어지고 오타가 날 수 있다. 왼손 집게손가락이 ㅛ·ㅠ·ㅑ를 모두 담당하여 이 부분에서도 오타가 날 수 있다. 이 운지법대로 치면 ᅟᅭᆨ, ᅟᅭᆫ, ᅟᅭᆷ 따위의 조합을 칠 때 손목이 꺾이거나 손가락이 꼬여 불편할 수 있다.

공병우식 운지법(한글 문화원 자료, https://pat.im/840에서 가져옴)

 위의 운지법은 공병우식 운지법(공 운지법)이다. 공병우식 운지법은 표준 운지법과 거의 다르지 않지만, 받침 ㅁ·ㄱ과 ㅔ를 치는 방법이 다르다. 표준 운지법은 이 낱자들을 각각 새끼손가락, 약손가락, 가운뎃손가락으로 치지만, 공병우식 운지법은 약손가락, 가운뎃손가락, 집게손가락으로 친다.

 이 운지법을 사용하면 왼손이 아랫줄(4열)을 칠 때 조금 자연스럽게 움직이고, ᅟᅦᆻ, ᅟᅦᆺ, ᅟᅦᆸ 따위의 조합을 할 때 조금 더 편안하다. 표준 운지법보다 손목 꺾임이 덜 발생하고, ᅟᅢᆷ, ᅟᅢᆨ 따위의 조합에서 손가락이 덜 꼬인다. 집게손가락과 가운뎃손가락의 타수가 줄어들고 약손가락과 새끼손가락의 타수도 줄어든다. 하지만, 이 운지법도 여전히 ㅛ와 밑줄을 타자할 때 손꼬임과 손목 꺾임이 발생하고, 갈마들이 자판에서는 집게손가락의 부담이 더 커져서 좋지 않을 수도 있다. 영문 자판과 타자법의 괴리가 커지기도 한다(다만, 두벌식에서 ㅠ를 오른손으로 타자하듯이, 적응만 하면 문제가 없을 수는 있다).

3-D2 자판의 권장 운지법

 위의 그림은 3-D2 자판의 권장 운지법이다. 표준 운지법과 2~4열의 운지법이 같지만, 숫자열을 조금 다르게 처리하는 것을 볼 수 있다.

 ㅛ를 가운뎃손가락으로 치면 ᅟᅭᆨ, ᅟᅭᆷ 조합에서 손가락 꼬임이 덜하고, ㅛ를 칠 때 손목을 돌리지 않아도 되어 편하다. 집게손가락이 ㅠ·ㅑ만 담당하면 되어 ㅛ와 ㅠ를 잘못 눌러 생기는 오타도 피할 수 있다. ㅋ은 약손가락으로 치게 하였는데, 이렇게 타자하면 새끼손가락을 뻗지 않아도 되어 손목이 돌아가거나 손을 크게 움직이는 동작을 피할 수 있다. 하지만, 퀴, 쿼와 같은 글자를 타자할 때 약손가락 거듭치기가 생긴다. 또, 숫자열을 영문과 다르게 치게 하면 영문 자판으로 숫자를 칠 때 헷갈릴 수도 있다. 그래서 "권장" 운지법이라고 한 것이고, 필수 운지법은 아니다.

3-2015 추천 운지법

 위의 그림은 3-2015 자판의 추천 운지법이다. 3-D2의 권장 운지법과는 오른손 ㅜ를 가운뎃손가락으로 치게 한 것만 다르다. 이렇게 하면 퀴·쿼 조합을 칠 때 약손가락 거듭치기가 생기지 않는다. 하지만, 뭐, 귀, 궤와 같은 글자를 타자할 때 가운뎃손가락 거듭치기가 생기고 취, 줘와 같은 글자를 타자할 때 오른손 가운뎃손가락과 약손가락이 걸려서 오타를 내기 좋다. 손가락 걸림을 피하려고 손목을 꺾고 칠 가능성도 있기에, 항상 오른손 ㅜ를 중지로 타자하는 것은 좋지 않지만, 퀴, 쿼와 같은 글자를 칠 때에는 ㅜ를 가운뎃손가락으로 치는 것은 편리할 수 있다.

 

소유식 공세벌식 운지법 https://doc9107.tistory.com/11?category=692390

 이 운지법은 기존 자판의 운지법과 아주 다르다. 손목 비틀림 방지와 자연스러운 손가락 움직임을 표준 키보드 배열의 틀에서 구현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이 운지법은 분명히 어깨, 팔, 손가락, 손목이 편해지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운지법은 널리 권장하기 어렵다. 영문 자판과의 타자법이 너무 다른 것이 그 이유이다. 또, ㄷ과 ㅖ를 모두 가운뎃손가락으로 치게 한 것이 걸린다. 팔을 넓게 벌리고 손목을 꺾지 않은 상태에서 치면 괜찮지만, 표준 운지법에 익숙한 사람들이(= 팔 각도를 예전 운지법대로 치면) 이 운지법대로 치면 영문 자판을 칠 때 숫자열과 문자열 모두 헷갈리고, 빠르게 '예'를 칠 때 손목이 바깥으로 꺾일 수 있다. 천만 자모 빈도 분석표를 보았을 때 예(3,996회)보다 계(12,443회)가 훨씬 잦게 나오기 때문에 '계'를 가운뎃손가락으로 거듭치게 한 것은 좋지 않다. 이 방법대로 치면 례(914회), 혜(724회)를 타자할 때 거듭치기가 생기지 않으나, '계'로 인해 발생하는 거듭치기 횟수가 더 많아서 크게 좋아지지는 않는다. 그래서 글쓴이는 오른손 가운뎃손가락 타자법은 다시 따져보아야 한다고 본다. 또, 왼손 새끼손가락이 쳐야 하는 낱자가 너무 많은 것도 문제가 될 수 있는데, 이 운지법을 따르면 ㅆ도 새끼손가락으로 치게 되어, 왼손 새끼손가락이 부담을 느끼기 쉽다. 글쓴이는 이 운지법을 따른다면 받침 ㅆ은 약지로 치는 것이 어떨까 하는 생각이 있다. 물론 손이 돌아가거나 할 수가 있어서 팔 각도가 달라질 수는 있다. 이 운지법은 권장하는 팔 각도를 지켰을 때 손목을 확실하게 보호하는 효과가 있기는 하지만, 모든 사람에게 널리 권장하기는 어렵다.

 

 이렇게 공세벌식을 치는 여러가지 운지법에 대해 알아보았다. 공병우 세벌식은 숫자열도 한글 타자에 사용하기 때문에 여러 변칙 운지법이 있고, 공병우식 운지법 또한 표준 운지법에서 zxc 글쇠 변칙을 적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3-D2의 권장 운지법 또한 4 및 0 글쇠를 변칙으로 타자하는 것이고, 3-2015는 여기서 오른손 ㅜ도 변칙으로 치게 한 것이다. 어느 방법으로 치든 자신에게 잘 맞는 타자법이면 좋은 타자법이지만, 널리 권장할 수 있는 편한 운지법의 개발도 필요하다. 부정적인 면을 조금 많이 쓴 것 같기는 하지만, 소유님의 공세벌식 자판의 새로운 운지법 연구가 아주 좋은 시도인 이유이다.

 아쉽게도 자판 배열이 그렇듯 운지법도 경로의존성이 적용되어 타자법은 보수적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다. 한글 자판의 운지법과 영문 자판의 운지법이 너무 달라지면 헷갈리기 쉽고, 한글 자판의 운지법을 그대로 영문 자판에서 쓰면 원래 영문 자판이 의도했던 효율이 나오지 않을 수 있다. 따라서 아주 실험적인 운지법은 현실적이지 못하다. 하지만 두벌식 자판에서 B를 오른손으로 치는 것도 변칙이지만, 이 정도의 작은 변경은 누구나 적응할 수 있다. 그래서 글쓴이는 기존 운지법에서 아주 약간의 변칙만(숫자열 2개 자리) 허용하는 것이 현실성이 있다고 본다.

 지금 널리 쓰이는 키보드는 전혀 인체공학적이지 않다. 타자기를 만들기 편리한 배열을 그대로 가져온 꼴이기에 발생하는 문제인데, 이 때문에 자판을 개발하는 사람과 치는 사람 모두 치기 편하면서 호환성도 좋은 운지법을 스스로 찾아내야 하는 우스꽝스러운 현실이다. 더군다나 사람들이 이 불편한 키보드 글쇠 배열에 너무 익숙해져서, 편한 운지법을 연구해서 권장하는 일과 그것을 익히는 일 모두 어렵게 되었다.

 인체공학적인 자판이 널리 보급된다면 표준 운지법을 편하게 쓸 수 있지만, 인체공학 자판은 수요가 적어 값이 아주 비싸다. 값이 비싸니 키보드에 돈을 쓸 생각이 없는 사람들은 인체공학 자판을 쓰기를 꺼리고, 이 때문에 적은 수요와 공급으로 인해 계속 비싼 값이 유지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수직 일자 배열은 몰라도 손목과 어깨에 확실한 좌우 분리 키보드를 쓰는 사람도 정말 보기 힘들다. 정말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지금 쓰는 자판이 인체공학적이지 못한 이유와 타자기에 얽힌 문제, 요즘 작업 환경, 그리고 이것들이 자판 배열(공세벌식, 두벌식 등)에 미친 영향에 어떤 것이 있는지는 다음 글에서 다루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