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 자판/세벌식 자판

[구상안] 두벌식과 비슷한 세벌식 자판?

DS1TPT 2021. 9. 9. 22:48

 두벌식과 비슷하거나 거의 같은 세벌식 자판은 거의 없다. 표준 두벌식과 비슷하게 배열하면 오른손 글쇠 자리가 부족하고, 타자 효율이 기존 신세벌식보다 좋지 못해 매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단점이 명확함에도 두벌식과 비슷하게 세벌식 자판을 짠다면 어떤 모습이 나올까? 하여 구상안을 하나 만들어봤다. 만든지 1달 정도 된 배열이고 구상만 했지 실제로 진지하게 써보지는 않았다. 아주 잠깐(~10분) 쓴 정도이고, 그나마도 날개셋 설정 파일을 만들지 않고 영문 자판 상태에서 쳐보기만 했다.

 표준 두벌식과 비슷한 배열을 가져가되, 기호 배열을 콜맥과 같게 하고(새끼손가락 기본 자리에서 한글 자모를 치도록 하기 위함), B를 홀소리 자리로 쓰는 것까지 완전히 똑같게 하는게 목표였다. 순아래로 구현해보려 하기는 했지만, ㅖ와 ㅒ를 조합하여 넣게 하려면 공간이 너무 모자라서 포기하고 윗글쇠로 넣도록 하였다. 순아래 입력은 이 자판을 그대로 쓰면 불가능하다. 순아래로 넣게 하려면 첫소리 ㅋㅌㅊㅍ가 있는 쪽에 따로 넣는 방법 말고는 딱히 떠오르는 방안이 없다. 같은 이유로 ㅢ가 첫소리 ㅌ 자리에 들어갔다.

 받침 중 글쇠의 오른쪽 위에 있는 받침은 글쇠를 두 번 눌러서 넣는 받침이다. 같은 글쇠 거듭치기가 발생하기 때문에 가급적이면 빈도수가 낮은 받침을 넣으려고 했다. 아쉽게도, ㄴ→ㄷ과 ㅇ→ㅎ은 그나마 연상하는 데에 무리가 없으나, ㄹ→ㅋ은 좀 쌩뚱맞다. 겹받침 ㄶ과 ㅀ은 각각 ㄴ+ㅇ, ㄹ+ㅇ으로 조합한다.

 첫소리 배열은 표준 두벌식의 그것과 꽤나 비슷하여 익히기에는 무리가 없다고 본다. 특히, 거센소리의 위치는 표준 두벌식과 완전히 같다. 홀소리 배열은 표준 두벌식과 꽤 다르지만, ㅐ와 ㅔ의 자리가 옛 표준 네벌식과 같다. 그 외에는 같은 부분이 별로 없다. 지금 보니 몇몇 홀소리의 자리를 바꾸는 것도 괜찮을 것 같은데, 딱히 개선하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는다(이유는 아래에 써놓음).

 

설계 목표·원칙은 이렇다:

  • 두벌식과 비슷한 배열 방법을 쓸 것
  • 기호 배치를 쿼티 또는 콜맥과 정합되게 할 것
  • 조합종료와 같은 기능 글쇠를 따로 쓰지 않아도 되게 할 것
  • 기호 자리는 온전히 기호 자리로만 기능하게 할 것
  • 겹받침을 조합하기 편하게 할 것
  • 4열(ㅋㅌㅊㅍ……)의 사용을 줄이고, 2열과 3열을 자주 치게 할 것

 

많이 쳐보지 않아서 모든 문제를 알아내지는 못했지만, 큼직한 것들만 따져보면 이렇다:

  • 같은 손가락/글쇠 거듭치기가 잦음
  • 받침 공간이 부족하여 빈도수가 매우 높은 받침이 집게/가운뎃손가락 자리에 있음
  • ㅕ+받침 ㅊ 조합을 치기 불편함
  • 예배, 예매와 같이 ㅒ→ㅂ/ㅁ(첫소리), ㅖ→ㅂ/ㅁ 조합에서 왼손 새끼손가락이 윗글쇠를 누르자마자 글쇠를 눌러야 하는 부담이 생김(윗글쇠 사용의 문제)
  • 끝소리 조합 규칙을 적용해야 하여(ㄴ+ㄴ→ㄷ, ㅇ+ㅇ→ㅎ, ㄹ+ㄹ→ㅋ) 옛한글 자판을 만들기가 아주 어렵고, 만들어도 타자법이 요즘 한글 자판과 달라짐
  • 몇몇 미완성 한글 조합을 넣으려면 채움문자를 따로 넣어야 함

 

 …이런 문제가 있다. 분석기도 돌려봤었는데, 그 결과는 아래와 같다. 소설로 이루어진 340만 자모 말뭉치로 분석한 결과이며, 소인배님의 분석기를 썼다.

총 자모 수 총 타수 자모 당 타수 윗글쇠 누른 횟수 윗글쇠 누른 비율
3,393,593 3,512,806 1.0351 3,329 0.0948%
1열 2열 3열 4열 손 이동 거리
0 31.0283% 59.9278% 9.0438% 3.975430451630596
L5 L4 L3 L2 왼손 타수 비율
4.5061 7.9072 11.3945 19.0401 42.8479
R2 R3 R4 R5 오른손 타수 비율
30.7593 10.9261 11.3836 4.0830 57.1521
글쇠 연타 비율 손가락 연타 비율 손가락 연타 비율(글쇠 연타 제외) 손 연타 비율
2.1188 4.6655 2.5468 21.8462
손 이동 평균 피로 글쇠 평균 피로 손 꼬임 평균 피로 총 피로(자모에 대한 평균)  
0.2352 0.7215 1.0664 2.0940

 손가락 연타 비율이 꽤 높은 편이다. 4.6655라는 무시무시한 수치가 나왔는데, 이는 표준 두벌식 자판과 비슷한 수치이다. 같은 말뭉치로 분석했을 때 갈마들이 공세벌식 자판이나 신세벌식 자판은 이거의 절반도 안된다.

 딱 하나 위안거리가 있다면, 같은 말뭉치로 분석했을 때 요즘 쓰이는 신세벌식 자판들과 큰 차이가 나지 않는 피로도를 가진 점이 있다. 손 이동 피로가 다른 자판보다 훨씬 적게 나와서 가능한 결과이다. 다만, 글쇠 평균 피로와 손꼬임 피로가 더 높다. 같은 손가락 거듭치기는 피로의 주범이기 때문에, 이를 줄일 방안을 더 찾지 않으면 이 배열은 실용안으로 쓰기 어렵다. 오른손에서 거듭치기가 자주 일어나면 마우스와 기능키, 숫자판을 모두 조작하는 손이 피로해져 작업에 지장이 간다.

 이 배열은 구상만 해본 것이고, 더 개선할 생각이 없다. 더 개선한다면 쓸만한 배열이 나올 수는 있겠지만, 문제가 너무나도 뚜렷하고 거듭치기 빈도가 너무 높아 기존 세벌식(공세벌식이나 신세벌식)보다 더 나은 점이 그닥 없다. 개선을 한다면 같은 손가락 거듭치기를 줄이는 것이 급선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