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 자판/세벌식 자판 도움말

세벌식 배우기1: 자판 고르기

DS1TPT 2021. 10. 17. 18:12

세벌식 자판을 처음 배우려는 분들을 위한 가이드 글입니다. 우선 어떤 자판을 먼저 골라야 하는지를 쓰려고 합니다.

 

 세벌식 자판은 그 종류가 아주 많습니다. 그래서 리눅스와 비슷하게 파편화 문제가 좀 있는 편인데, 이제 막 세벌식을 시작하려는 새로운 사용자에게는 혼란스러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Windows, MacOS와 같은 컴퓨터 운영체제에서 지원하는 세벌식 자판으로 세벌식을 배우기 시작하면 이런 혼란을 아주 덜 수 있습니다.

 

어디서나 쓸 수 있고, 어떤 용도로도 쓸 수 있는 세벌식 자판: 3-90

 MS Windows를 기준으로 하면 지원되는 세벌식 자판은 390(3-90)과 최종(공병우 최종 자판, 3-91)로 나뉩니다. 이른바 "세벌식 최종" 자판은 세벌식이 계속 개선되어 나오고 있으므로, 이 글에서는 보다 객관적인 이름인 3-91로 쓰겠습니다.

세벌식 3-90 자판
세벌식 공병우 최종(3-91) 자판

 위의 두 그림은 각각 세벌식 3-90과 세벌식 3-91의 배열도입니다. 두 자판은 특징이 명확하게 갈립니다. 하지만 초심자에게 적합한 자판이 어느 것인지는 배열도만 보고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 세벌식 3-90 자판의 특징

  1. 자주 쓰이는 겹받침만 배열함
  2. 숫자 배열이 키보드의 오른쪽 숫자판과 비슷함
  3. QWERTY 자판과의 기호 배열 정합성이 3-91보다 좋음
  4. 배열이 보다 직관적이어서 익히기 쉬움

■ 세벌식 3-91 자판의 특징

  1. 요즘 한글의 모든 겹받침을 배열함
  2. 숫자 배열이 2줄로 되어있음
  3. QWERTY 자판과 기호 배열이 호환되지 않고 몇몇 기호가 빠져있음
  4. 겹받침 타자가 조금 더 편한 대신 외울 것이 많아서 3-90보다 익히기 어려움

 두 자판은 한글 배열 한정으로 아랫글(윗글쇠(Shift)를 누르지 않고 치는 글자) 배열이 같습니다. 하지만 기호 배치와 겹받침 배치가 크게 다릅니다. 3-91은 복잡하지만 조합하여 치기 어려운 겹받침을 윗글쇠로 한 번에 넣을 수 있도록 했고, 3-90은 보다 익히기 쉬운 대신 자주 쓰이지 않는 몇몇 겹받침들을 조합해서 넣어야 합니다.

 

 자판의 특징은 이 정도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저는 처음 세벌식을 배우려는 분들이라면 3-90으로 시작할 것을 권합니다. 3-90 자판은 한글 배열과 약간 바뀐 기호 배열만 익히면 되지만, 3-91은 기호 배열을 완전히 새로 배워야 하여 익히기가 어렵습니다. 또, 요즘 나오는 개선 자판들은(3-P3, 3-D2, 신세벌식 계열과 옛한글 세벌식) 컴퓨터에서 쓰기 더 적합한 3-90의 설계 원리를 더 따라가는 추세이며, 모든 겹받침을 윗글쇠로 눌러넣는 것은 일종의 확장 기능 정도로만 제공하거나 아예 지원하지 않습니다. 옛한글 세벌식의 경우 가장 쉽게 쓸 수 있는 세벌식 3-93 옛한글 자판은 3-90을 기반으로 한 옛한글 자판입니다.

 3-90은 그 응용이 많고 개선 자판들이 3-91보다 3-90의 특성을 더 많이 가져가므로 3-90을 배우는 것이 학습 편의성은 물론 통일안/개선안에 대한 대비도 하기 좋습니다. 3-91은 요즘 컴퓨터 환경에는 맞지 않는 면이 3-90보다 많습니다.

 

다른 컴퓨터에서 쓸 일이 없다 / 최신 자판을 원한다

 이 경우라면 선택이 어렵습니다. 각자 취향이 다를 뿐더러 한 번 익힌 자판 배열을 버리기는 어렵습니다(두벌식에서 세벌식으로 넘어가는 것이 어려운 것처럼). 또, 앞서 말씀드린 3-90과 3-91 말고도 개선 세벌식과 신세벌식 자판까지 생각해보아야 합니다.

 

■ 다른 컴퓨터를 쓸 일이 없으며, 치기 편하고 익히기 쉬운 자판을 원한다

 이러한 경우 신세벌식 자판을 배우시는 것이 유리합니다. 겹받침 배열을 따로 익히지 않고 모두 조합해서 치고, 3줄 한글 배열을 쓰고 기호 배열 호환이 좋아 익히는 부담이 공병우 세벌식(4줄)보다 훨씬 덜합니다. 또, 신세벌식은 윗글쇠를 전혀 쓰지 않고 완성된 한글을 칠 수 있어서 세벌식과 한글이 주는 장점을 느끼기 훨씬 좋습니다.

 신세벌식을 배우시려는 경우, 이 글을 올린 시점(2021-10-17)에서 추천드리는 자판은 신세벌식 P2 자판입니다. 신세벌식 P2는 다른 신세벌식들과는 달리 옛한글 입력을 지원하고, 강력한 기호 확장 기능을 제공해 사무용으로도 손색이 없습니다.

신세벌식 P2 배열도

 

■ 다른 컴퓨터에서 자주 치지는 않지만, 호환성이 있는 자판을 원한다

 이러한 경우 갈마들이 공세벌식 자판을 배우시는 것이 좋습니다. 신세벌식은 3줄 배열로 익히기가 쉽고 손가락을 멀리 뻗는 일이 덜해 편한 점도 있지만, 4줄 배열의 공세벌식보다 나쁜 점도 있기 마련입니다. 그 중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호환성입니다. 신세벌식은 대부분 공세벌식 계열과 호환성을 어느정도는 지키고 있지만, 다른 사람의 컴퓨터에서 세벌식을 치려는 경우 어려움이 있을 수 있습니다.

 갈마들이 공세벌식은 기존 공세벌식(3-90이나 3-91)과의 호환성이 아주 좋습니다. 아랫글 배열은 거의 같은 수준이고, 기호 배열이 QWERTY 자판과 더 정합이 잘 되면서 익히기가 쉬우며, 신세벌식과 같이 윗글쇠를 전혀 쓰지 않고 칠 수 있습니다. 옛한글 입력을 구현하기 좋아 옛한글 자판이 많은 것도 장점입니다. 날개셋 입력기를 쓸 수 없을 때 몇몇 자리만 바꾸어 치면 되기 때문에 운영체제를 여러 개 쓰는 경우 신세벌식보다 알맞을 수도 있습니다.

 갈마들이 공세벌식을 배우시려는 경우, 이 글을 올린 시점에서 추천드리는 자판은 세벌식 3-D2 자판입니다. 3-D2 자판은 제가 3-P3을 나름대로 개선한 자판으로, 기존 공세벌식과 홀소리 배열이 완벽히 같고 기호 배치가 깔끔한 편으로 익히기가 쉽습니다. 또, 요즘 한글 배열과 호환성이 좋고 갈마들이가 지원되는 옛한글 배열이 마련되어 있어 옛한글을 칠 일이 있는 분에게 알맞습니다.

세벌식 3-D2 배열도

 

 지금까지 세벌식을 처음 배울 때 어떤 배열을 고르면 좋을지에 대해 짤막하게 알아보았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세벌식 자판을 처음 배울 때 주의해야 할 점들과, 빠르고 쉽게 세벌식을 배우는 방법, 루틴 등에 관해 알아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