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추어 무선

아마추어 무선?

DS1TPT 2021. 8. 27. 16:47

 "무선"이라고 하면 무선통신을 떠올릴 수 있는데, 아마추어 무선은 뭘까? 아마추어가 붙으니 뭔가 없어보인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꽤 있을 것 같지만, 아마추어 무선은 개인이나 단체가 취미나 연구를 목적으로 무선국을 운영하는 것이다. 무선국은 쉽게 말하면 그냥 무전기같이 방송을 하든 다른 사람과 통신을 하든 할 수 있는 시설이나 장비 따위다. 생활용 무전기나 업무용 무전기를 들고 다니면서 다른 사람과 얘기하는 것도 무선국을 운용하는 것이고, 기지국을 차려놓고 멀리 떨어진 사람과 교신하는 것도 무선국을 운용하는 것이다.

 아마추어 무선은 생활용이나 업무용에서 더 멀리 나가는 무선 통신의 형태이다. 약하게는 5W 정도의 FM 무전기를 사서 '전화'를 하기도 하고, 강하게는 1kW(=1,000W) 수준의 무지막지한 무전기에 안테나를 비롯한 각종 장비를 다 사서 전신을 치기도 한다. 자격증은 1급부터 4급까지 있는데, 1급은 따기가 어려운 대신 취미 용도로는 전혀 제약이 없는 수준으로 무전기를 쓸 수 있다.

 

 글쓴이는 아직 학생이라서 기지국을 차릴 돈이 없어 작은 휴대용 무전기 하나를 가지고 있다. 144MHz/430MHz에 주파수 변조를 쓰는 무전기인데, 안테나가 좀 거시기하기도 하고 전화보다는 전신을 하고 싶기 때문에 테스트 신호만 몇 차례 쏘고 그냥 갖고만 있는 수준이다. 자격증도 3급 전화급이라 모스 부호를 쏠 수 없다. 뭐, 컴퓨터로 쏘는 신호들은 여전히 쓸 수 있는 것 같지만. DS1TPT라는 닉네임도 단순한 닉네임이 아니라 글쓴이의 호출 부호이다.

 

 아마추어 무선은 무전기로 할 수 있는 것들을 아주 많이 해볼 수 있다. 가장 접근성이 좋고 익숙한 건 전화. 전화는 흔히 쓰는 그런 전화가 아니라, 반이중 음성 통신을 말한다. 동시에 양쪽이 신호를 쏘고 받을 수 없기 때문에, 한 사람이 말한 다음 송신을 멈추고 다른 사람이 송신을 시작하고 자기 할 말 하는 식이다. 영화나 게임에서 무전기 쓴다 하면 거진 다 이걸 말한다.

 하지만 전화만 하면 재미가 없지 않겠는가? 장비와 여건만 갖추면 전신도 할 수 있다. 삐-삐삐-삐 삐-삐-삐삐- 하는 소리를 언젠가 들어본 적이 있을탠데, 이건 모스 부호다. 모스 부호는 긴 소리와 짧은 소리만 갖고 하고 싶은 말을 다 할 수 있다. 모스 부호 말고도 여러가지가 있는데, RTTY(Radio TeleTYpe, 무선 전신타자기/인자기) 통신도 되고, SSTV(Slow-Scan TV, 저속 주사 텔레비전), 팩스, 각종 디지털 데이터를 보낼 수 있다. 아주 드물지만, 아예 GSM 자가용 휴대전화 기지국을 만드는 사람도 있다. 물론 해외의 사례. 전파 사용료를 꼬박꼬박 내지 않는 이상 이런 전파 무단 점유는 범죄이다. 불법적인거 말고 합법적으로 좀 특이한 교신 이력을 만들고 싶다면, 아예 국제 우주 정거장이랑 교신을 할 수도 있다. 진짜 우주 비행사가 응답도 해준다! 평생 남에게 썰을 풀어도 될만한 거리.

 

아마추어 무선 취미를 위한 프로그램도 꽤 많이 있는데, MultiPSK라는 프로그램이 되게 강력한 기능을 갖고 있다. 지원하는 모드만 수십가지에, 전문적인 신호도 해독할 수 있다.

MultiPSK의 화면

 위의 사진은 SSTV 모드를 활성화했을 때의 사진이다. 사진을 보낼 수 있고, 받을 수도 있다. 그 외에 위에 무슨 외계어 같은게 주르륵 나열되어 있는데, Amateur modes에 있는 것들은 모두 아마추어 무선사들이 쓸 수 있는 통신 모드들이다! 대부분이 텍스트를 전송하는 통신 모드인데, 몇 가지 모드만 간략히 적어보면 다음과 같다:

  • HELL이라고 된 것들은 팩스 형태의 전신인자기 모드들이다. Hellschreiber를 찾아볼 것.
  • FAX는 팩스이다. 기상정보 팩스 따위를 실제로 주고받을 때 쓸 수 있다.
  • SSTV는 저속 주사 텔레비전이다. 그 텔레비전이 맞다. 아주 느릴 뿐.
  • PACKET 패킷 통신 모드이다. 패킷 답게 디지털 통신이므로 사진 따위를 FAX나 SSTV와는 다르게 디지털로 보낼 수 있다. 파일도 주고 받을 수 있고, 라디오 메일도 보낼 수 있는 등 기능이 아주 많다. APRS를 쓰면 더 재미있는 통신을 할 수 있다.

 물론, 이런 복잡한 통신 말고도 그냥 텍스트를 보내는 정도도 할 수 있다. 라디오로 채팅을 하는 거라 생각하면 편하겠다.

 

 아마추어 무선은 세계 어느 나라나 시간과 전파 조건 따위가 맞기만 한다면 교신을 할 수 있으니, 전파나 무선 통신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아주 매력적인 취미이다. 기지국을 제대로 짓던지, 자동차에 차량용 무전기를 달든지, 아니면 통신병마냥 직접 무전기와 배터리를 매고 가든지 하면서 여러 곳에서 이것저것 할 수 있는 것이 많다. 재난이 닥쳤을 때 자신의 무선 기술로 구호 활동도 펼칠 수 있다. 비록 우리나라에서는 사양세에 접어든지 오래된 취미이지만, 단독주택에서 사는 경우가 많은 나라들은 아직도 이 취미가 인기라고 한다. 우리나라는 아파트가 너무 많고 인구 밀도가 높은 등 전파 공해에 굉장히 민감하고, 위에 있는 북한 때문에 뭔가 좀 애매한 취미가 되었다. 그래도 이런 매력이 워낙 강해서 아직도 명맥을 잇고 있는 취미라서, 앞으로는 자판 얘기 말고 아마추어 무선에 관한 이야기도 조금씩 써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