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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손 세벌식 자판 개발에 관한 주저리주저리

DS1TPT 2021. 9. 27. 01:01

요즘 한 손 세벌식 자판을 만들고 있는데, 이제 슬슬 힘도 빠지고 어떻게 더 개선을 해야하는지 막막한 단계까지 왔다. 여러가지 일들이 있기는 하지만, 일단은 못해도 올해 안에는 공개를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최근 배열을 또 바꾸어서 다시 적응하고 실험을 해보아야 하기 때문에 공개가 늦어질 것 같다. 원래는 10월 중순 쯤에 하기로 마음 먹었었는데, 일이 여간 잘 풀려야지.. 한 손 자판과 같이 좀 신경쓰이는 일들이 있어서 요즘 블로그에 글을 자주 올리지를 못하고 있다.
지금 만드는 한 손 세벌식 자판은 한 손 키보드에서도 사용할 수 있게 한글 배열을 짜놨다. 그리고 그 틀에서 알음알음 보이는 문제를 해결하고 계속 분석을 해보면서 문제점을 찾는 일을 하고 있는데, 나도 내가 할 일이 있고, 공세벌식 자판에 대한 열정도 그대로라서 이것저것 할 일이 늘어나서 가끔은 조금 소홀해진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그래도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최선을 다했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을 정도는 된다.
지금 만들고 있는 한 손 세벌식 자판은 한 손 영역에서 요즘 한글을 완벽하게 넣을 수 있고, 더불어 숫자를 글쇠판 오른쪽의 숫자판과 꼭 빼닮은 배치를 써서 익히기도 쉽고 치기도 쉽다. 이제 한글 배열 시험 단계는 거의 다 지나가서, 마무리 작업으로 한글 배열을 원래 한 손 영역에서 가운데로 옮기고, 기호 배열을 깔끔하게 다듬는 작업을 하고 있다. 아마 다음달 초에 이 작업이 마무리 되지 않을까 싶다. 쿼티 자판과의 호환성을 초기 실험 배열에서는 무시했었는데, 내가 외우지 못해서 익히기 쉬운 꼴로 바꾸고 있다. 기호 타자에서 효율이 떨어지는 것은 좀 아쉽지만, 절박한 사람들이 칠 가능성이 꽤 되는 자판이라서 이런 점을 그냥 무시하고 넘어갈 수가 없겠더라. 쿼티 자판이 세계 표준의 지위를 차지하기도 하고.
이 실험안은 여러가지로 얽힌게 많다. 극초기 실험안은 세벌식 사랑 모임에 올린 적이 있지만(갈마들이 세벌식을 아는 사람이면 대략 유추가 가능한 정도이고, 아닌 사람이라면 이게 뭐야? 싶은 정도다), 그 다음부터는 내 나름대로 생각이 있어서 아무에게도 보여주지 않았다. 그냥 구상한 것만 얘기하고 구현이 잘 되고 있고, 개선이 계속 되고 있다고 얘기만 한 정도이며, 배열에 들어간 기술이나 세부 정보는 극초기 실험안을 올린 후에는 아무에게도 말한 적이 없다. 그런데, 내 가족과 벗들이 이런 건 특허를 내서 스펙으로 삼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사실 뭐, 나도 이런 것에는 아주 흥미가 있다. 당장 내 자판에 대한 기록을 남길 수 있고, 스펙도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특허를 내려면 신규성과 진보성이 요구되는 것은 둘째치고, 특허를 낼 거리도 안되는 것 같고 특허 심사 자체가 시간도 오래 걸리는 일이라 나는 이 자판을 빨리 공개하고 널리 알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아서 특허를 출원할 일까진 없을 것 같다. 뭐 새로운 기술이 들어간 것도 아니고, 그냥 내 나름대로 새로운 자판을 만드는 취미 활동이기 때문이다. 자판을 빨리 공개하고 싶은데 특허 자체가 심사 기간이니 뭐니 시간이 꽤 들어가고 피곤한 일인 것도 하나의 이유다. 그래서 특허는 한 번 혹하긴 했지만, 그 다음부터는 딱히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지는 않다. 물론 사람의 마음이 언제 어떻게 바뀔지 모르는 것이기에, 내 생각이 특허를 출원해보는 쪽으로 바뀔 수도 있다. 가능성은 지금 시점에서는 5% 정도다.
글을 쓰는 것을 보면 나이가 좀 든 사람같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아직 병역의 의무도 다하지 못한 한낱 미필 남자 대학생에 불과하고, 퍼즐을 즐기는 사람이 있는 것 마냥 자판을 개선하는 것도 하나의 두뇌 트레이닝, 퍼즐과 비슷하게 여기면서 취미로 삼으며 나름 즐겁게 하는 좀 이상한(?) 학생이다. 과도 공과이기 때문에 이런 활동을 하는 건 정말 내 관심분야에서 빛을 발할지도 모르는 특허이기도 하고, 내가 헛되이 시간을 보내지 않고(예를 들면 술만 주야장천 퍼 마시면서 놀자판을 벌이는 것을 일상으로 삼은 것) 나름 열심히 살아왔고, 문제해결능력도 있는 것 등등 내세울 수단도 되고 말이다. 그게 내 주 목적은 아니지만, 나도 현생을 살아야지. 공병우 박사님처럼 돈이 많은 것도 아니고 이런 것 하나에 인생을 쏟아부을 능력이 되지도 않고 말이다. 안정적인 직장이 생기든지 해야 이 취미를 이어갈 수 있으니……
하여튼, 늦어도 올해 안에는 공개를 할 생각이다. 수틀리면 조금 더 늦어질 수는 있지만, 능력이 되는 선에서 빨리 실험을 마치고 일을 다 정리한 후에 자판을 공개하려고 한다. 문제점이 많을 수 있고, 누군가는 별로 특출난 구석이 없다고 느낄 수도 있지만, 나는 내가 직접 쳐보면서 온갖 시행착오를 거치는 등 내 나름대로 엄청 공들여 만든 자판이기에 단 한 명이라도 이 자판의 진가를 알아주고 또 써줄 사람이 있다고 본다. 개선 방안을 제시하면서 이 자판을 다듬어주시는 고마운 분들도 있을 것이라 보기도 한다.
일단 지금은 공개를 할 수 없는 입장이라서, 세부 정보는 올릴 수 없다. 빠르면 10월 초이고, 아니면 10월 중순일 것 같다. 엄청 늦어도 올해 안에는 공개할 수 있을 것 같다만... 아직 모르는 일이다. 오랜만에 글을 쓰는데 주절주절 잡스러운 얘기가 많아서 조금 걸리기는 하지만, 여긴 내 개인공간이고, 이름도 잡다한 저장소니까, 그냥 올려야지. 일기장 역할도 하니까 ㅋㅋ